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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 전투기 SW기술이전 반드시 관철해야 [2020.05.03 디지털타임스]
작성일 2020.05.04 조회수 2474

[기고] 전투기 SW기술이전 반드시 관철해야

이성남 前 공군 항공SW지원소장·공군대령

 

지난 2010년경 군의 무기구매를 담당하는 방사청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 핵무기 대응을 위해 F-15K에 장착하려던 사거리 370km,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JASSM(Joint Air to Surface Stand-off Missile)을 미국이 전략무기라는 이유로 한국에 판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JASSM 외에 사거리 500Km의 TAURUS가 있었으나 이는 독일제였기 때문에 미국제 보잉 F-15K에는 장착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군(항공소프트웨어지원소)에서 전투기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었던 필자는 방사청 수뇌부에 F-15K에 TAURUS를 장착하는데 문제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한국공군은 F-15K SW 소스코드(Source Code)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것만 있으면 TAURUS를 운용할 수 있는 연동(Inteface) SW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보잉사가 항공SW지원소와 협력, 연동SW를 개발해 2016년부터 F-15K에서 TAURUS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공군은 1994년부터 도입된 KF-16 사업시 SW 기술이전을 요구해 록히드마틴으로부터 SW교육을 받고 소스코드를 이전받았다. 이후 1997년 항공SW지원소를 창설, KF-16 SW를 독자 성능 개량하기 시작했다. F-15K 사업시에도 개발인력이 보잉에서 SW교육과 소스코드를 이전받아 F-15K SW도 독자 성능 개량하고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KF-16 운용 무기 중 2003년 당시 3500만달러를 요구한 합동직격탄(JDAM) 연동SW 개발(2011년), 2400만달러를 요구한 정밀유도폭탄(GBU-24) 연동SW 개발(2004년)을 들 수 있다. KF-16 1대 가격이 3110만 달러인데 반해 SW가격이 3500만 달러라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 무기도입 시 최우선 요구하는 것이 SW 기술이전이다.

방사청 제안서 평가항목에는 필수요구조건과 선택조건이 있는데 필수요구조건은 단 한 항목이라도 미 충촉하면 평가에서 탈락된다. 2016년 록히드마틴과 계약해 진행되고 있는 KF-16 성능개량사업(사업비 약 2조원)에서 SW 기술이전은 필수요구조건이었다. 당시 절충교역 규정에 의하면 계약 당사국(미국)은 반대급부로 계약금액의 50%(약 1조원)에 상당하는 지식이나 기술 등을 이전하도록 돼있다.

과거 KF-16, F-15K사업 사례를 보면 계약 후 곧바로 SW 기술이전 교육(약 3년)을 하였는데, 계약한 지 5년째 되는 이번 KF-16 성능개량사업에서는 아직 교육요원 선발계획도 없다. 만일 소스코드 이전을 포함한 SW 기술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한국공군 KF-16에서만 운용되고 있는 전자장비와 무장은 사용할 수 없다. 한국공군 KF-16에는 성능개량사업으로 인도되는 미공군 F-16V 모델에 없는 국산 정찰장비와 무장 등이 장착돼 있다. 이런 것들은 소스코드를 이전받아 연동 SW를 개발해 F-16V에 통합하지 않으면 운영 불가능하다. 현재 KF-16은 8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정찰장비를 장착, 정찰기로 운영하고 있는데 F-16V로 성능개량되면 SW문제로 이 장비는 작동되지 않는다. 전시(戰時)에 위협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적 지역에 침투하는 정찰기를 성능개량하지 못한다면 이는 조종사 생명이 걸린 심각한 문제다.

둘째, 최첨단 기술확보 기회를 상실하고 기술종속이 된다. F-16V에 내장된 최첨단 기술확보 기회 상실은 물론, JASSM 사례처럼 미국이 판매 거부할 경우 TAURUS와 같은 제3국 무기로 대체할 수 없게 된다.

셋째, 향후 KF-16 운영 시 막대한 유지비용이 든다. 항공SW지원소는 20년간 SW개발을 통해 4000여 억원을 절감했고, 특히 JDAM, GBU-24 연동SW 개발로 전력증강에 엄청난 기여를 했으나 앞으로는 할 수 업게 된다.

넷째, 축적한 기술, 전문인력의 사장이 우려된다. KF-16 구매사업 당시 약 8000만 달러를 들여 장비를 갖추고 전문인력을 양성, 20여년간 한국 환경에 맞게 개발한 약 200여건의 SW는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가 T-50, KF-X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과거 KF-16, F-15K 구매사업을 하면서 미국에서 첨단기술을 이전받았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필수요구항목으로 당연히 받아와야 할 SW기술을 아직까지 이전받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고, 이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2020.05.03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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