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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0여년 전장 누비는 지상전 최강자는 [박수찬의 軍] [2020.05.16 세계일보]
작성일 2020.05.18 조회수 2378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 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존의 재래식 전투에 한정됐던 전쟁 형태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적과 아군이 치열하게 싸워 승패를 결정하는, 전쟁의 본질은 여전하다. 수십톤에 달하는 육중한 전차가 100여년째 지상전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육군 K-2 전차가 주행성능 점검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과거의 전차는 군사력의 상징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전차가 눈앞에 나타나면 병사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전차를 개발해 배치하면서 냉전 시절 군비경쟁의 한 축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에는 무인전투체계가 각광받으면서 전차의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차가 갖고 있는 무력시위 효과와 강력한 화력 등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신형 전차 개발 움직임도 이어지는 추세다.

 

◆1차 대전서 첫 등장…지금도 활약

 

전차가 처음 전쟁터에 나타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군과 독일군은 참호에서 대치하며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이에 영국군은 1916년 솜므 전투에 전차를 투입했다. 시속 6㎞에 불과할 정도로 느렸지만, 독일군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면서 전선을 돌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도 전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1차 세계대전 후반에는 양측의 전차들이 포화를 주고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전차의 공격력이 주목받은 전쟁이었다. 1939년 독일은 3200여대로 구성된 전차군단을 앞세운 ‘전격전’으로 폴란드를 한 달만에 무너뜨렸다. 1940년에는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가 무릎을 꿇었다. 당시 세계 최강의 육군국가였던 프랑스마저 독일 전차군단에게 항복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 구소련은 독일의 전술을 습득, 전차부대를집중적으로 운용해 전선을 돌파, 나치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아넣었다.

 

미 육군 M-1A2 전차가 야전훈련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냉전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구소련은 상대방보다 우수한 전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주포의 크기도 90㎜에서 125㎜로 커졌고, 전체적인 무게도 늘어났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전차는 우방국에 제공돼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의 분쟁에 쓰이기도 했다. 

 

1990년대 탈냉전은 전차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폭제였다. 평화유지 활동이나 재난구호 등이 주목받으면서 수송기나 상륙함으로 신속하게 병력을 이동시키는 개념이 부각됐다.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나 무장 험비 등이 중시됐던 이유다. 

 

하지만 이라크, 아프간 전쟁 이후 강력한 화력을 제공하는 전차의 특성이 재조명되면서 세계 각국은 기존 전차를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은 레오파드 전차를 시가지 전투에 알맞게 개량했으며, 미국도 M1 전차 개량과 함께 무게가 가벼운 전투차량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러시아나 인도네시아처럼 신형 전차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현재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신형 전차를 개발하고 있어 2030~2040년에는 스텔스 기능과 인공지능(AI) 등을 갖춘 전차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 육군 레오파드2A5 전차가 주둔지로 이동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전차 한 대 없던 한국, 자체 생산 능력 갖춰

 

1950년 북한의 남침 당시 단 한 대의 전차도 보유하지 못했던 한국은 전차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경제력과 기술 부족으로 미국의 군사원조에 의지해야 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M36, M4A3E8 전차 등이 한국군에 인도됐지만, 북한 전차군단을 압도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미국은 1960년대 M48 전차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가 성장하고 중공업 기반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독자적인 전차 생산을 시도했다. 우선 미국에서 제공받은 M48 전차를 한국형으로 개조한 M48A3K, M48A5K 전차를 만들어 기본적인 생산기술을 확보한 정부는 1980년대 한국형 전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제너럴 다이나믹스의 M1 전차와 외형은 비슷하나 더 작고 가벼운 K1 전차가 만들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88전차’라는 별칭이 붙은 K1은 북한군보다 열세였던 전차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 K-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1은 기술적인 개량을 거듭하며 육군과 해병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K1의 첫 성능개량 형인 K1A1은 주포를 105㎜에서 120㎜로 교체하고, 한국형 복합장갑을 장착해 공격력과 방어력을 한층 높였다. K1·K1A1을 개량한 K1E1·K1A2 전차는 전장 정보를 실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며, 감시카메라를 탑재해 승무원이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K1E1의 포수조준경을 교체하고 냉방장치 등을 추가한 K1E2도 2020년대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흑표전차’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K2 전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무기로 K1과는 공격력, 기동력 등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다. 특히 방어력은 K1보다 두 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측 선진국 전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K2는 1500마력 파워팩(엔진+변속기)을 탑재해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을 갖고 있다. RPG-7 등 대전차 화기가 발사한 탄을 자동으로 감지, 회피하는 기술이 적용돼 승무원의 생존력을 높였다.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승무원은 3명에 불과하다. 

 

육군 K-2 전차가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K2의 문제점도 지적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의 교훈을 받아들여 급조폭발물(IED)이나 대전차화기, 지뢰 등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전차에 추가하고 있다. 전차 도입사업을 추진중인 국가들도 이러한 요소를 요구성능에 반영한다. 문제는 K2가 개발 이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성능개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전력증강과 방산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K2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이 독자적으로 성능개량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군과 정부가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추경 예산을 마련하면서 국방예산도 삭감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신형 전차 개발이 국내 방산업게와 군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2040년을 전후로 다목적 드론과 미사일, 레이저 등으로 무장한 차세대 경량 전차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  세계일보 2020.05.16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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