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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준 기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동측지장비 전력화 소고 [2020.07.01 국방일보]
작성일 2020.07.02 조회수 2375

이 준 방위사업청·주무관

이 준 방위사업청·주무관

 

전쟁에서 포병사격은 적에게는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고 아군에게는 강력한 전투수단이다. 이러한 포병사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화포와 표적에 대한 정확한 위치정보가 필요하다. 측지의 임무는 포병부대의 사격제원 산출에 필요한 위치정보(좌표·표고·방위각)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1990년대 중반 전방사단에서 측지장교 임무를 수행할 때만 해도 10명 남짓의 측지반 인원이 수평·수직각 측정기와 거리 측정기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제원을 산출했다. 수동계산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고 도보 이동에 따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당시 군단 관측대대에 미국의 PADS라는 관성항법장치를 이용해 자기위치를 자동 산출하는 차량탑재형 측지 장비가 있다는 것을 소문으로만 들었다.

이후 첨단장비였던 PADS는 생산업체 도산과 장비 노후화로 도태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군과 방위사업청은 국내 연구 개발을 통해 자동측지장비의 전력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기초연구 부족 등으로 국내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국방과학연구소와 시제품 제작 업체 등의 노력으로 2012년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양산사업을 통해 2019년 말 전력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현재 육군과 해병대 포병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다.

자동측지장비는 GPS 등 외부 도움 없이 정확한 위치정보를 산출하는 기기다. 핵심 구성품인 관성항법장치는 내장된 컴퓨터가 속도와 거리 등의 위치정보를 스스로 계산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치정보를 측정하는 자이로의 성능이 매우 우수해야 한다. 우리 군은 높은 안정도와 신뢰성을 보유한 링레이저자이로를 적용했고, 그 결과 우리 장비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관련 기술 선진국의 유사 자동측지장비와 비교 시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측지장비의 전력화로 제원 산출 시간이 기존 장비 대비 10% 수준(시간당 평균 1개에서 10개 제원 산출)으로 개선됐고, 계산·입력실수에 의한 오차를 방지해 정확성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 야전 측지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장비운용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82.3점의 우수한 수치를 보였고, 기존 장비 대비 전력화 효과는 90.5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측지장비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고 세계적인 기술 수준과 성능을 보유한 우수한 장비이며 전력화 및 양산사업을 통해 군의 전투력 증강과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과거 구형 측지장비를 직접 운영해 봤던 나는 자동측지장비의 전력화 성공은 국내 국방과학기술과 방위산업의 비약적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미래 전장에서 화력 우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차세대 자동측지장비 개발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출처 | 국방일보 2020.07.01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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