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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괜히 가시에 찔리지 말고 물러서라" 숨기기보단 드러내기 [2020.08.10 매일경제]
작성일 2020.08.10 조회수 1999

군이 2019년 동해안에서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사진설명군이 2019년 동해안에서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군사AtoZ 시즌2-37] 최근 우리나라의 국방 최고위 당국자가 잇달아 `현무 4` 개발 성공을 공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비닉 무기 사업`으로 취급되던 탄두 중량 2t 짜리 탄도미사일 개발 사업에 대해 언론에 발표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춘 최첨단 전략무기들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면서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뒤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8월 5일 ADD 창설 50주년 기념 축사에서 "최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비닉`는 비밀스럽게 감춘다는 뜻이다. 적이 알지 못하도록 무기를 은밀하게 개발하는 것이 `비닉무기 개발 사업`이다. 그런데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이 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무기 연구개발에 몸담아왔던 한 인사는 "실무선에서 현무 4 개발 관련 사항을 발설했다가는 징계를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완전히 사업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고 말했다.

현무 4 공개에는 비닉 무기개발을 감추는 것보다 외부에 알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안보정책적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정무직 공무원은 현직에 있을 때 군사기밀을 외부에 알리더라도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안보정책상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근거는 `응징적·보복적 억제(retaliatory deterrence)`이론이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복 능력을 외부에 드러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자연 생태계에서도 볼 수 있는 방어법인데 고슴도치나 호저가 몸에 난 가시를 이용해 천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과 같다. 사자가 호저를 사냥하다가 긴 가시에 찔린 뒤에는 다시는 건드리지 않는 동물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국가 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위력을 키운 미사일에 대해 정경두 장관은 기념축사에서 "우리 군은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전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사일이 있다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주변국에 괜히 건드려서 가시에 찔리지 말라고 경고한 뒤, 그래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사일을 쏴서 핵심 목표를 파괴하겠다고 천명한 것이었다.

이제는 잠재적 적국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본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구체적인 무기를 거론하지는 않지만 `적 기지 공격` 방침을 계속 강조하면서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대상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4일 자민당이 검토를 제안한 적 기지 공격능력에 대해 "제안을 받아들여 확실히 새로운 방향을 도출해 신속히 실행해 간다"고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둘러싸고 주변국의 이해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왜 양해가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폐기하고 응징적·보복적 억제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응징적 억제와 상반되는 개념인 거부적 억제(denial deterrence)가 전수방위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공격을 해봤자 방어에 막힐 것이므로 아예 단념시킨다는 논리다.

일본이 보유한 F-35 스텔스기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정책의 선봉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기야말로 `건드리면 찔리니까 물러서`라는 강력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이 결국 발발했을 때 스텔스기는 은밀성을 활용해 적 깊숙이 공격해 들어갈 수 있다.

 

출처 |  매일경제 2020.08.10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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