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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원준 칼럼] 방산수출, 비 오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야 [2020.08.19 뉴스투데이]
작성일 2020.08.20 조회수 2076

지난 10년 간 방산수출 성과와 한계 냉정히 평가해 새로운 방산수출 패러다임 모색해야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7월 23일 문 대통령은 창설 5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여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5년(2015~19)간 한국 방산수출이 143% 증가해 세계 10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또한 2.1%로 7년 전보다 1.3%  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산수출은 2016년 3조원(통관 기준)을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 추세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통계(2020)에 따르면, 88개 업체 기준 최근 3년(2017~2019)간 방산수출은 1.7~2조원에 머물러 있다. 2019년 기준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도 12.7%로 선진국(25~30%)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의 롤 모델인 이스라엘(75%)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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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최한 제4차 국방연구개발혁신포럼에서 장원준 박사가 ‘수출형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TEPI]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수출을 주도했던 잠수함, 훈련기, 자주포, 유도무기 등의 수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호주의 5조원 규모 장갑차(레드백) 수출도 최종 후보에 포함되었을 뿐 실제 수출은 2년 반 이상을 지켜봐야 한다. 즉 방산수출을 견인해오던 ‘소수 특정 완제품’ 위주 수출방식에만 의존할 경우, 메마른 하늘에서 비 오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Big 6(미·러·프·독·중·영)가 세계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적 시장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선진국들의 견제와 터키, 인도 등 후발국들의 맹추격, 수출 품목과 방식·주체·마케팅, 정부 간 수출(G to G) 등의 역량 한계와 함께 최근 코로나의 영향도 국내 방산수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강조한 진정한 방산수출 강국, ‘글로벌 방산수출 Big 7’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지금까지 방산수출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새로운 방산수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향후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 소요기획 단계부터 수출용 시제품 개발하고 범위형 ROC도 설정

 

우선,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 수출에만 의존하기보다 소요기획 단계부터 수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국내용’ 무기개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출이 불가능하다. 미국·유럽 대비 성능과 품질이 떨어지는 반면, 중국·러시아와는 가격 경쟁에서 열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용 개발만으로는 구매국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다.

 

다행히 최근 무기체계 개조개발 예산이 2012년 대비 무려 40배(4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기존 무기체계를 구매국 요구에 맞춰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하는데 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단계 수출을 고려한 개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선진국처럼 수출 유망품목을 중심으로 소요기획 단계부터 수출을 고려한 무기개발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요 방산수출 권역인 중동, 아시아, 북유럽 등이 요구하는 스펙을 포함하여 ROC 일부 핵심지표(KPP)를 범위형(70~100%)으로 설정하거나, 러시아 등과 같이 수출 시제품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사청 방산육성 기본계획('18~'22)에는 군 요구와 수출을 고려하여 최소 수준(Threshold)과 목표 수준(Objective)의 ‘범위형 ROC 설정’이 포함돼 있다. 

 

■ 무기 수입 간 국내업체 참여 의무화하는 ‘Buy Korea’ 제도 필요

 

둘째, 첨단 무기체계 수입 시 국내업체의 참여를 일정 부분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이 선진국(미국=100)의 80~90% 수준으로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2014~2018)간 해외 무기체계 수입액(계약 기준)은 무려 22조원을 넘고 있다. 특히, 최근 도입이 결정된 P-8 초계기(포세이돈)을 비롯하여 첨단 전투기, 헬기, 조기경보기 성능 개량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을 해외 직구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우려된다.

 

이는 터키, 인도, UAE 등 대부분의 중·후발국들이 무기 구매 시 현지 생산, 합작회사 설립, 자국업체 부품공급 확대 추세와 크게 대비된다. 산업연구원(KIET) 실태조사 결과, 첨단 무기체계 수입 시 국내업체가 일정 부분 참여하는 것에 대해 전체(유효 응답수 352개 기준)의 80.5%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무기 수입간 급박한 안보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기술력 있는 국내업체의 참여를 확대하여 ‘역수출(buyback)’을 통한 수출물량 확보와 기술력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방산육성 기본계획('18-'22)에 포함된 무기 수입 간 국내업체 참여를 의무화하는 ‘Buy Korea’ 제도를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 국제공동개발 검토 의무화하고 외국과 공동개발 협의체 신설해야

 

셋째, 무기체계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우방국들과의 국제공동개발 방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과 규모의 경제 확보, 정부예산 절감, 첨단기술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F-35 공동개발 시 9개국 참여로 글로벌 시장을 무려 1,000조원 규모로 확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럽무기공동개발협력기구(OCCAR)에 따르면, 전투기, 첨단 드론 등 주요 무기를 NATO국들이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전체 무기획득예산의 25% 정도를 국제공동개발 예산에 할당하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J-17 전투기 공동개발 등으로 개발 초기부터 규모의 경제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기단계 선행연구, 전력소요 검증 시 국제공동개발 방식 검토가 미흡하고, 언어의 장벽, 사업 시행의 어려움, 지식재산권(IPR) 문제 등으로 인도네시아와의 KFX 전투기 공동개발사업 이외에는 이렇다 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요기획 단계에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 사업은 국제공동개발 방식 검토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인도 간 무기공동개발 협력위원회(DTTI)를 참고하여 선진국 및 중·후발국과 무기공동개발 협의체를 신설하고, 중장기 소요 무기체계 중 국제공동개발 필요 분야를 식별해 이를 사업화하는데도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실제로 방산육성 기본계획('18~'22)에 포함된 국제공동개발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실제 사업 적용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 업체 주도의 ‘신속 성능개량’ 사업 신설 적극 검토 필요

 

넷째, 업체 주도의 ‘신속 성능개량(Fast PIP)’ 사업 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등 주요국들은 무기 전력화 이후 일정기간(2~4년) 경과 시 공식적으로 성능개량 여부를 검토해 필요한 경우 단기간 내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한다. 2019년 미 AUSA 방산전시회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드론 결합형 장갑차’, ‘초소형 드론 결합형 전투기’ 등을 시연하는 등 신속한 성능개량을 통해 전투력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기 성능개량 사업도 거의 신규 사업과 유사하게 장기간(5~15년) 소요됨으로써 시간 및 인력 손실이 과다하고,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적용이 어려우며, 적용된 기술의 조기 진부화로 소요군에서 최신장비 활용이 곤란한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개발 무기체계 중 소요군의 최신화 요구 및 수출 수요를 고려, 업체 주도의 ‘신속 성능개량(Fast PIP)’ 사업을 신설하고 무기 최신화 및 수출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업체가 수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의 사후 예산보전(reimbursement)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소요기획 시 주요 무기사업에 대해 전력화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평가를 거쳐 성능개량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 수출에 역행하는 방사청의 절충교역 법규 개정 재검토해야

 

마지막으로, 중·후발국들의 효과적인 수출 창구인 ‘절충교역(산업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터키·네덜란드·UAE 등 주요국들은 절충교역을 통해 전투기·헬기 공동개발 및 현지생산, 합작회사 설립 등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 수출된 K-9 자주포도 현지업체(L&T)와 5:5 합작회사 설립 요구가 수출의 전제조건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최근 방사청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절충교역의 ‘의무사항(prerequisite)’을 ‘권고사안(recommendation)’으로 개선 중이다. 만일 이러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방산수출 비중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절충교역 수출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 정책 목표 달성에 역행하는 이러한 규정 개정 조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종합해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는 쌍방 독점으로 인한 규모의 비경제 해소와 경쟁력 강화,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정책이다. 지난 10여 년간 방산수출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히 평가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방산수출을 선도할 ‘온라인 방산수출시스템’ 구축과 함께 무기개발 전 주기(Total Life Cycle) 차원에서 수출을 우선순위에 둔 ‘방산수출 2.0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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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국방대 외래교수

 

출처 | 뉴스투데이 2020.08.19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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