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9.02. 오전 9:33 / 수정2024.09.02. 오전 9:36 / 김도균 기자
KADEX 행사용 천막 설치 때문에 계룡대 비상활주로 제 기능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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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KADEX 2024 포스터 |
ⓒ KADEX |
예비역 단체인 대한민국 육군발전협회(육군협회)가 오는 10월 초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하는 신생 무기박람회 KADEX(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가 행사 장소 문제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비상활주로가 행사장으로 사용되면서 전시회 진행에 필요한 천막 설치와 철거 때문에 넉 달가량 활주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상활주로는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평시부터 군이 관리하는 시설이다.
KADEX는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열리지만, 국방부가 승인한 비상활주로 사용기간은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4개월이다. 이미 지난 8월초부터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선 1만 6500㎡(약 5000평) 규모의 대형 천막 2동을 설치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활주로 위에 길이 330미터, 폭 50미터, 높이가 14미터에 이르는 천막이 세워지는 것이다. 또 천막을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스팔트 활주로 위에 구멍을 뚫고 알루미늄 레일을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전기와 수도, 통신선은 물론 음향시설과 방송설비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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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대 비상활주로 위에 설치되는 KADEX 천막.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에 동원된 장비가 활주로 위에 전시되어 있긴하지만, 유사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반면 고정식 천막은 즉시 철거가 불가능하다. |
ⓒ IDK |
그런데 현행 계룡대 통합예규 활주로 운영규정에 따르면 계룡대 비상활주로는 '수송기 및 헬기의 이착륙 및 작전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훈련 및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사용 중 항공기 이착륙 및 작전상황 발생 시 즉시 사용중지 하도록' 되어 있으며, '작전활동을 위해 활주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유사시 즉각 철거도 불가능한 데다 활주로가 훼손되는 상황까지 용인한 국방부 처사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2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전하규 대변인은 'KADEX 전시회 때문에 계룡대 비상활주로가 4개월이나 사용을 못 한다'는 지적에 "그 지역은 지상군 페스티벌이 거의 해마다 이루어지는 곳"이라면서 "작전성 검토를 해서 다른 활주로나 헬기 이착륙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또 "만약의 사태에 대해 최단시간 내에 복구하는 것들도 계약조건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대변인이 언급했던 지상군 페스티벌이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천막이 설치되는 장소는 활주로 위가 아닌 활주로 옆 계류장이다. 또 지상군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활주로에 전시하는 장비는 언제라도 이동이 가능한 기동장비여서 쉽게 철거하기 어려운 대형 천막을 활주로 위에 고정한 가운데 열리는 KADEX와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 비행장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의 경우도 행사를 위해 천막이 설치되긴 했지만, 활주로가 아닌 유휴부지를 사용했다. 복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KADEX에 설치되는 대형천막 2동을 철거하고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원상태로 복구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최소 20일 이상 걸릴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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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DEX 행사를 위해 지난 8월 중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중국산 천막 설치를 위한 골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 IDK |
행사에 사용되는 중국산 알루미늄 홀(HALL) 천막의 직벽 구조가 바람의 저항을 높여 강풍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ADEX에서 사용된 천막은 측면 모서리가 유선형 구조로 설계되어 바람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비해 KADEX 행사에 쓰이는 천막은 그렇지 못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9월에서 10월은 태풍 피해가 집중되는 시기이고 계룡대 비상활주로 지역은 안 그래도 강풍이 자주 부는 곳이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활주로 사용 신청 주체도 논란거리다. 계룡대 통합예규 제155조 활주로 사용승인 조항에 따르면 "계룡대 활주로를 항공기 이착륙 및 행사장, 훈련장을 활용하고자 하는 부대는 사용일로부터 1주 전에 계룡대 근무지원단장에게 사용의뢰서를 제출한다"고 되어 있다. 군 부대만 활주로 사용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적시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지상군 페스티벌 역시 육군이 주최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육군협회가 특정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방산전시회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시병) 의원실이 "활주로 사용승인 신청은 사용 희망부대가 하도록 되어 있어 민간단체인 육군협회의 사용신청 자체가 불가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에 대해 묻자 국방부는 "민간단체도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 관리 훈령'에 따라 사용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계룡대 비상활주로 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계룡대 통합예규가 아닌 국방부 국유재산 관리 훈령을 적용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또 '육군이 대신해서 (비상 활주로) 사용허가를 받아 육군협회에 양도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명백한 규정위반이 아니냐'는 질의에 국방부는 "해당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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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일산 코엑스에서 열리는 DX KOREA 2024 |
ⓒ DX KOREA |
KADEX가 내용상 거의 동일한 성격의 DX KOREA(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와 불과 1주일 간격으로 열린다는 점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원래 육군협회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DX KOREA를 주최해왔다. 민간기업인 '디펜스엑스포(IDK)'가 주관을 담당해 전시회 기획과 운영·투자를 맡아왔다. 육군협회는 운영 수익금 중 일부를 IDK로부터 기부금 형태로 받아왔는데, 그 액수가 지난 2022년까지 총 1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2020년까지 적자를 보던 전시회가 2022년 흑자로 전환되면서 사달이 났다. 육군협회가 돌연 방산전시회 명칭을 KADEX로 바꾸고 주관사를 또 다른 민간기업 '메쎄이상'으로 변경하면서 육군협회와 IDK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지난 3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양 측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로 육군협회와 IDK 간 법정다툼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육군협회가 10월 2~6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KADEX 2024'를, IDK는 9월 25~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DX KOREA 2024'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둘로 쪼개진 방산전시회가 자칫 해외에서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이른바 'K 방산' 열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시회를 세일즈의 장으로 삼아야 하는 방산기업은 물론이고, 잠재 고객인 해외 바이어들까지 비슷한 시기에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개최되는 방산전시회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정 부분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방산전시회인 만큼 차제에 국방부를 통한 공적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방산전시회 참여 중소·중견기업에 업체별로 500만 원씩, 육군은 매년 3억 원의 예산과 전차 등 각종 무기, 군 병력 1200여 명을 지원했다. 1인당 10만 원만 계산해도 12억 원"으로 추정하면서 "지난 10년간 들어간 공적 자금과 세금이 수십억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산전시회에는 국민의 혈세와 국군 장병들의 노동이 들어가는 만큼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균(capa@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