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의철 / 입력 2024.01.31 03:23 / 수정 2024.01.31 03:24
- 국방부, 후원 받으려면 행사 장소 표기해야...사용승인 '훈령 6조' 어겨
- 육사 인맥이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게' 만들었나
- 육군협회 사법리스크 간과해도 되나...권오성 회장 민·형사 소송 걸려 있어
- 방사청, 현명한 판단 내려야...국내 방산기업들의 보호자 역할 보여줄 때
- DX KOREA조직위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검토 중"
5회 DX KOREA 2022 전시회 모습 [사진=DX KORA 조직위]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올해 개최되는 방위산업전시회를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후원승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장소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계약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후원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후원 받으려면 행사 장소 표기해야...사용승인 '훈령 6조' 어겨
전시회 후원을 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후원명칭 사용승인 훈령 6조에 근거해 후원명칭 승인신청서에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행사 일시와 장소를 표기하고 관련 임차계약서를 요구하도록 돼있다.
국방부 후원명칭사용승인신청서 서식에는 행사기간과 장소가 명시돼있다. [사진=뉴스로드]
정작 K-방산 수출확대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평가되는 세계 7위의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EREA)은 기존 전시장인 킨텍스와 계약을 마쳤고, 이를 근거로 후원 신청을 했는데도 특정한 이유 없이 국방부와 육본이 이를 승인하지 않아 더욱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육군발전협회(회장 권오성 예.육군대장)가 주최하고 메쎄이상(대표이사 조원표)이 주관하기로 예정된 KADEX는 아직 전시장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후원 승인이 떨어졌다.
지난 29일 육군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25일 KADEX는 후원을 승인했고, 같은 날 DX KOREA는 후원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육군본부는 앞서 지난 2022년 제5회 DX KOREA 개최와 관련해 후원은 물론, 행사를 주관했던 디펜스엑스포(대표 박춘종)에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랬던 육본은 왜 갑자기 이같은 결정을 했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는 상급기관인 국방부의 후원 승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KADEX의 후원을 승인했다.
그런데 국방부 실무자는 당시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육군협회는 후원승인 요청 과정에서 KADEX가 개별행사라고 했고, DX KOREA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DX KOREA측에서 전시장 계약을 마치고 후원 승인을 신청한다면 규정대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DX KOREA와 KADEX가 별개라면 DX KOREA를 후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KADEX때문에 DX KOREA 후원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언론과 국민을 속인 셈이다.
게다가 오는 9월 치러지는 국제행사를 국방부와 육본이 망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육사 인맥,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게' 만들었나
전시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인증도 없는 신규 전시회를 후원하겠다는 국방부와 육본이 정작 지난 10년 동안 5차례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K-방산의 수출 확대에 공로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는 국제인증전시회인 DX KOREA는 후원 승인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육군사관학교 인맥 때문인 것으로 의심된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육사 37기, 김선호 국방부차관은 육사 43기, 박인수 육군참모총장은 육사 46기다.
권오성 육군협회 회장은 육사 34기로 이들의 선배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장을 맡고 있으며 윤석열정부의 안보분야 실세로 알려진 김용현 경호처장은 육사 38기다.
육군 입장에서 국방부는 상급기관이고 장·차관이 모두 육사 선배여서 KADEX 후원 승인을 거절하거나 미루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또한 육사 선배들이 있는 육군협회가 DX KOREA와 실제로는 다투는 상황에서 DX KOREA 후원이 쉽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
더구나 권오성 회장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껏 후원 승인을 미뤄온 실제 명분은 '전시장 계약'이었다는 점에서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결정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사법리스크 간과해도 되나...권오성 회장 민·형사 소송 걸려 있어
국방부와 육본이 육군협회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간과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DX KOREA를 주관해왔던 디펜스엑스포(대표 박춘종)가 권오성 회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이 전시회 사업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판결 여부에 따라 KADEX 개최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K-방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보다 중대한 사안으로 챙기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방산수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DX KOREA가 사적인 관계로 인해 제대로 치러질 수 없다면 이는 심각한 국정 비리가 아닐 수 없다.
▲DX KOREA조직위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검토 중...국방부·육본, 후원 승인 규정 어겨"
DX KOREA측은 후원 승인 과정에서 규정을 어겼다며 국방부와 육본을 상대로 공익감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박춘종 DX KOREA조직위원회 운영본부장은 "지금까지 DX KOREA는 물론, 정부가 후원하는 전시회에서 전시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원 승인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가 끝나는 즉시 감사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육군협회의 이중적인 홍보도 지적된다.
육군협회는 공공연히 "DX KOREA가 KADEX로 개칭됐다"며 방산기업들을 종용하고 있다.
DX KOREA조직위원회(위원장 김영후 전 병무청장·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가 있고, 전시장 계약은 물론 국내외 여러 방산기업과 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그런데, 육군협회는 이미 DX KOREA 참가 계약을 마친 해외방산기업들에게까지 DX KOREA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KADEX에 참여하면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공문까지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자칫 국가의 위신을 해칠 수도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DX KOREA 관계자는 "국제적인 망신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방사청, 현명한 판단 내려야...국내 방산기업들의 보호자 역할 보여줄 때
현재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국방부 외청인 방위사업청(청장 엄동환)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방산전시회의 진짜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방산기업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도 육사 44기로 역시 육사 10년 후배지만,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기호(육사 31기) 국민의힘 의원에게 엄중한 경고를 받은 바 있어 여러 압박을 버티면서 후원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만일 방사청장이 교체되고 업무파악이 미진한 상태에서 국방부와 육본이 후원 승인을 한 사안을 신임 방사청장이 거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엄동환 청장이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방산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방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기호 국방위원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산)업체들에게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다. 육군협회가 장사하고 있다는 거다. 돈 남겨 장사하고 있어서 문제"라며 "그렇다면 (방사청이) 협조해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위원장은 "예비역들이 모여서 돈벌이 하는 거냐. 제가 육군(육사 31기, 예.육군중장) 출신이라서 이 질의가 방송에 나가면 수도 없이 항의를 받겠지만, 그러나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안된다. 육군참모총장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총장과 방사청창이) 육군협회에 계신 분들 후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소송까지 당하고 이게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짓이냐"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위산업, '자주국방'에서 수출산업으로 거듭나...軍보다 민간 역할이 중요
방위산업은 과거 '자주국방'을 목표로 국방 수요 충족과 국내 중화학공업 발전의 기초를 닦아오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제는 K-방산이 우리나를 대표하는 수출산업으로 거듭나고 있어 군보다는 민간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 전환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육군협회는 "KADEX는 육군이 중심이 되고 전시회를 통해 창출된 가치를 육군에 환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방산기업들은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전시회에 참가하는데 왜 이 예산으로 육군을 위한 전시회를 하느냐"면서 "방산기업이 희망하는 수출대상국 무기체계 결정권자를 초청해 수출 상담을 하자는 것이 참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방산전시회는 범정부적 행사로 전군이 공동 참여하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 해군·해병대 등이 주최하고 경연전람 등이 주관하는 국제해양방산전시회(MADEX), 그리고 방산수출 촉진을 위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이 있다.
실제로 DX KOREA가 제출한 후원 승인신청서에는 첫번째 목적에 '방산수출 확대'가 담겨 있다.
방산전시회는 특히 네트워크와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비영리 민간단체인 육군협회는 관계자들 중 DX KOREA를 경험한 사람은 권오성 회장 뿐이다.
KADEX가 아직 치러진 적이 없어 어떤 전시회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협회가 주장하는대로 단지 'DX KOREA가 KADEX로 개칭된 것'이라면 그래서 DX KOREA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10년 동안 공들여 일궈 놓은 아시아 최고 방산전시회를 신규전시회로 대체해야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육군협회는 이에 대해 아직 단 한번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한 적이 없다. 군 인맥을 앞세워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산전시회는 육군이 아니라, K-방산과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